루마니아에서 온 집시인 ‘피오’의 할아버지는 이탈리아 남부의 빈민가 마을에 터를 잡았다. 4대에 걸친 대가족을 이뤘지만, 범죄와 가난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아버지와 형이 수감되자, 14살에 불과한 피오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하지만 가족들은 그를 아이 취급할 뿐이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아이바’만이 유일하게 그를 이해해준다. 그들은 인종적 차이를 넘어 소외된 이주민으로서 친구가 된다. 그러나 그 우정은 곧 시험대에 오른다. 가혹한 현실은 그 짧은 유대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영화는 피오의 미래를 쉬이 낙관하지 않는다. 다만, 집시는 길 위에서 살며 언제나 세상과 맞서야 한다는, 유언 같았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좌표처럼 던질 뿐이다. (김경태) [제6회 디아스포라 영화제]